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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넷플릭스

[넷플릭스 추천영화] <복수는 나의 것>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복수는 나의 것>
<Sympathy For Mr. Vengeance>, 2002

 

스릴러/범죄

 

감독: 박찬욱
배우: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줄거리

 

청각 장애인 노동자 류는 신장이 필요하다. 피붙이 누이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한 류는 애인이자 운동권 학생인 영미의 말에 아이를 유괴한다. '착한 유괴'라고 류를 설득해 동진의 딸을 유괴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류의 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우연한 사건으로 아이마저 죽게 된다. 

아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동진은 영미와 류를 찾아 잔혹한 복수극을 펼치는데...

 

 

 

 

 

 

 


복수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박찬욱 감독의 2002년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작품이다. 세 작품 중에 <올드보이>를 가장 먼저 봤고, <친절한 금자씨>를 봤었는데 두 작품 모두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세작품 중에서 이상하게 <복수는 나의 것>만 볼 기회가 없었다. 사실 뭔가 봐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손이 안 가는 이상한 작품이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이 작품이 있다는 걸 알고 시간을 내 보게 됐는데, 역시나 엄청난 작품이었다.

복수 3부작 모두 굉장히 잔혹한 영화로 유명하다. <복수는 나의 것> 또한 그 방면에서 상당한 긴장감을 자랑한다. 복수와 복수가 얽히고설킨 이 작품은 시작부터 끝까지 암울한 그린톤이 이어지기 때문에 보고 나면 굉장히 우울한 무력감과 피로함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주인공 류와 그에게 복수하는 동진의 심리에 완전히 동화되어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하기 때문에 보고 나서 후유증이 굉장히 심한 영화였다. 과연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 자체의 완성도 또한 나무랄 데가 없다.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를 보았다면 <복수는 나의 것> 또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아이러니로 가득한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쓸데없는 장면이 없는 완벽한 작품이다. 도입부에서 인물의 상황과 심리상태를 라디오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이어서 이를 들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로 시작한다. 어찌 보면 영화 전체가 아이러니로 가득한 이 영화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한 심리를 갖게 된다. 

사실 착한 유괴라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다. 상식적으로 유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지만, 류와 영미는 그들의 상황을 핑계로 자신들의 범죄를 착한 유괴라고 포장한다. 이 착한 유괴라는 나비효과는 결국 누나를 자살하게 만들고, 모두에게 비극을 맞게 한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청각장애인 주인공 류는 사실 길거리 치매환자의 바지도 스스럼없이 올려줄 정도로 착한 심성을 가진 인물이다. 이런 착한 인물이 복수를 위해 변해가는 장면들은 굉장히 처절하고 섬뜩하다. 류에게 복수하는 동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딸의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딸의 죽음을 확인하자 동진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복수심을 장편영화 세편에 걸쳐 탐닉한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캐릭터의 심리를 극한으로 몰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리마저 옥죄는 데에 도가 튼 것 같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류는 자신의 돈과 장기를 훔쳐간 조직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동진은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류와 영미에게 복수하고자 했다. 영미의 패거리는 영미를 죽게 한 동진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이렇게 복수는 복수를 낳고, 결국 누구에게도 좋을 것 없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만다. <복수는 나의 것>이란 제목에서 복수를 자신의 것이라 말하는 화자는 류인가 동진인가. 

생각해보면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상황의 역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올드보이>에서도 그렇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복수의 주체가 오대수라고 생각했지만 결말에 이르러 커다란 반전을 보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진다. 박찬욱 감독의 섬세함은 다시 봐도 정말 놀랍다.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작품을 이제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삼 복수 3부작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후유증이 좀 아물게 되면 시도해 봐야겠다.

 

박찬욱 감독의 팬이라면 두 번 세 번 봐야 하고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배우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