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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넷플릭스

[넷플릭스 추천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럼에도 사랑하겠다는 선택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로맨스/멜로/SF/코미디

 

감독: 마셸 공드리
배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줄거리

 

지울수록 특별해지는 사랑...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서로를 기억에서 지운 남녀

 

사랑의 시작은 대부분 달콤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끌리고, 사랑에 빠지고, 함께 하기를 약속한다. 조금은 소심하고 때로는 진중한 남자주인공 조엘은 충동적이고 활발한 여자 클레멘타인에게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가 익숙해지고, 지겹다 느껴지고, 나와 다른 점들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조엘은 가슴 아픈 이별을 고하게 된다. 조금은 찌질하고, 조금은 치사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이터널 선샤인>은 흔한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확히 이 지점부터 영화는 조금 특별한 영화가 된다.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으로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찾아가 보지만, 그녀는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모르는 척 하는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지우고 싶은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회사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을 모두 지워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 화가 난 조엘은 자신도 그 회사에 찾아가 클레멘타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삭제하려 한다. 그녀 때문에 화가 났던 기억뿐만 아니라, 그녀를 사랑했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순간들까지도.

 

 

 

 

 

 


미셸 공드리의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짐 캐리

 

꿈과 환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렇게 아이디어만으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터널 선샤인>의 영상은 아름답다. 기억을 지운다는 컨셉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셸 공드리 감독은 돈지랄과 CG가 아닌, 촬영과 조명,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다. 집 안에서 갑자기 비가 내린다거나,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플래시백이 된다거나, 무너져 내리는 집에서 극단적인 조명을 활용해 두 인물만 비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빙판 위의 두 인물을 부감으로 촬영한 장면은 언제 봐도 참 예쁘다. 이런 아이디어와 신선한 촬영 방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미셸 공드리 감독은 그야말로 천재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또 다른 이유는 짐 캐리의 연기이다. 그동안의 짐캐리는 <마스크> 등에서 보여왔던 코믹한 이미지였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괴상한 몸짓으로 코미디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짐 캐리는 <이터널 선샤인>에서 웃음기 쏙 뺀 정극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또 너무 잘 어울린다. 애초에 연기를 잘하니까 코미디 연기도 그렇게 잘한 거겠지만, 이 영화에서 짐 캐리의 연기는 정말이지 최고다. 그가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게 되고, 그가 행복해하면 괜히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에게 <이터널 선샤인>은 인생 영화지만 그에게도 이 영화는 인생영화가 아닐까 싶다.

 

 

 

 

 

 

 


망각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이터널 선샤인>에서 인용되는 니체의 이 말은 영화를 보고나서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문장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난 뒤, 슬퍼하고 아파하다 차라리 이 모든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고 나니 이별 후의 슬픔은 단순히 증오나 화남의 감정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의 감정이 더 크게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랑이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듯, 이별도 상대방만의 잘못으로 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았듯 상대방도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미안함은 배가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기억을 쉽게 잊고 살아가는 동물이 인간이다. 하지만 잊혀진 기억들을 통해 성장하는 것도 인간이다. 기억은 잊었어도 몸이 기억하고 본능이 기억하기 때문에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다시 만나 사랑을 약속하게 된 것이 아닐까. 같은 이유로 싸울게 뻔하고, 다시 이별할 수도 있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어떤 새로운 사랑을 함께하게 될까.

 

언제 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