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영화] <남산의 부장들> 흔들린 충성, 섣부른 총성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20

 

드라마

 

감독: 우민호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줄거리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충격의 암살사건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기 집권의 기록을 가진 대통령이다. 이른바 '유신헌법'은 그가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야심을 담은 헌법이었다. 아마 <남산의 부장들>에서 그려진 암살사건이 없었다면 박정희는 정말 평생 동안 대통령을 했을지도 모른다.

 

박정희라는 인물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시킨 위대한 대통령.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독재자. 우리나라 현대사에 이렇게 극명한 평가를 받는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는 바로 이 인물이 암살되기 40일간의 기록을 담는다. 

 

충격의 암살사건이 발생하기 전 40일 동안 대체 무슨일이 있었고, 박정희 정권의 2인자라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왜 배신자가 되어 대통령을 암살하게 됐을까. 그 40일간의 기록을 서늘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영화가 바로 <남산의 부장들>이다. 

 

 

 

 

 

 

 

 

이병헌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 출연진의 연기는 정말 굉장하다. 모든 인물들이 살아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심리상태가 스크린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성민 배우의 박정희는 인상적이었고, 이희준 배우는 경호실장 역할을 위해 25kg이나 살을 찌우며 리얼함을 더했다. 하지만 단연코 이 영화는 이병헌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병헌을 연기로 까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정말 어마어마한 연기를 선보인다. 

 

<내부자들>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두번째로 만난 그는 박정희를 암살하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미친 연기를 선보인다. 감독과의 호흡이 편해서였을까. 특별한 대사가 없어도 눈빛과 표정, 호흡만으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었다. 서늘한 연출과 뜨거운 인물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는데, 이것도 이병헌의 연기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이병헌에게 어려운 연기는 없는 듯하다. 

 

<남산의 부장들>은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40일 동안을 그리는 영화이다. 가장 충성스러웠던 인물이 직접 암살을 시도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인물들, 특히 김규평이 어떤 심리적 변화를 맞아 암살을 하게 되는지 그 '심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병헌의 연기가 더욱 빛나 보일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포커스를 맞춰 보면 더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 그 이후는..?

 

기나긴 독재정권이 한 발의 총성으로 끝이 났다. 암살을 마친 김규평은 왜 자신의 부하들이 있는 중앙정보부로 가지 않고 육군 본부로 갔을까. 만약 그가 차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중앙정보부로 갔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키워드는 정말 의미 없지만, 그럼에도 참 아쉬운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너무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암살을 자행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이후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세운 후 암살을 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유신정권이 끝나고 또다른 독재정권이 들어섰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로 발전된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투표를 통해 권력을 평가하고, 심지어 부정한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탄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투표를 한 다음에는? 탄핵을 한 다음에는? 그 이후까지 계속해서 신경 쓰고 고민해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큰 일을 치렀다고 세상은 끝난 게 아니고, 시간은 계속 흐르니까 말이다.